소식지
* 2022년 8월 소식지 *
날짜 : 2022.09.02 작성자 : 전희자   |   조회 : 303
사랑터 회원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
2022년 8월입니다. 회원님들 무더운 여름날 건강하세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제대로 확인 하지 않고 남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소중한 물건을 너무 잘 둬서 찾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도 있지요. 요즈음 어떤 사례의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방송을 듣거나 하면 나도 피해자가 될까봐 조심하면서 남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사례의 글을 소개드리겠습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남편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후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옆방 총각, 우리 고1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운전 중인 남편이 블루투스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아빠 나 지금 방에서 게임 중인데 집에 설비기사님들이 왔어요. 집에 뭐 고칠 것이 있어요?“ ”고칠 거? 그런 거 없는데? 기사 분들은 지금 어디 계시니?“
“방금 안방 쪽으로 가셨는데요.” 그 말에 순간 저는 “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얼마 전 아들만 있는 지인 집에 낯선 사람들이 ‘인터넷 설비기사’라며 들어와서 안방에 있는 보석들을 모두 도둑맞았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설마 우리 집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도둑이 들어올 줄이야! 들려오는 통화 음성에서는 다른 동 아파트인데 착각했다며 돌아간다는 의문의 남성들 목소리가 들렸지만, 저는 그때부터 정신이 혼미하고 시야가 흐릿해졌어요. 온몸에 힘이 풀리고 떨리기 시작했지요. 아들에게는 비대면 시대라 택배며 배달 음식도 문 앞에 놓고 가는 판에 왜 모르는 사람을, 그것도 엄마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줬느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렇게 일단 아들과 통화를 끊고 남편과 안방에 있을법한 중요한 물건들을 떠올렸습니다.
“여보, 안방에 뭐 있지? 당신, 뭐 중요한 거 놓고 온 거 있어?” “아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면서 회사에 두지 못한 공금 150만원이 안방 양복 주머니에 고스라니 있을 텐데.” 집에 가는 20분 거리가 그날따라 왜 그리 멀던 지요.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장 본 것을 차에 내 버려두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롱 문부터 열고 가방들을 뒤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없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의 공금은 제자리에 있었지만 바로 112에 신고했고, 얼마 후 건장한 경찰 두 분이 오셔서 사건 경위서를 작성한 후, 현장 사진을 몇 장 찍고 곧 배당 형사가 다시 연락 줄 거라 했습니다. 관리실에도 신고하니 CCTV자료는 한 달 이상 보관되고 경찰관과 동행하면 볼 수 있다고 했어요.
갑자기 주르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혹여 흠집이라도 생길까 아끼고 끼지 않았던 결혼반지가 떠올랐거든요. 이번 달 마지막 날은 결혼 17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위기를 직감하고 상황파악을 했는지 사춘기 까칠하기만 했던 아들은 두 손 모아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빌었고, 남편은 저를 안아주며 설비기사가 두 명이었다는데 물건만 없어지고 어린 아들이 나쁜 일을 당하지 않은게 어디냐며 위로했습니다.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남편도 저도 아들도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밤을 보냈어요. 그 도둑 사건으로 며칠간 아들은 조금 온순해진 듯 보였고 저는 매일 결혼 예물 하나하나와 안타까운 이별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서 사무실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지금 담당 형사분들이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분석하고 있는데 그들이 우리 집에서 머물다 나간 시간이 4분 남짓이고 우리 집을 빠져나와 옆 동으로 가서 얼마 후 변기를 들고 나오더랍니다. 그래서 옆 동도 확인을 해보니까 그 집은 진짜 변기 수리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 혹시 잃어버린 물건을 아내인 제자 장롱 아닌 다른 곳에 둔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찾아보라고 했다는 겁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저는 또 한 번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즉시 장롱 깊숙이 모든 가방과 짐을 꺼내고 뒤졌는데 벽 쪽 끝 구석에서 작은 허리 배낭을 발견했고 그 안에는 제가 눈물을 흘리며 일주일 내내 이별식을 했던 결혼 예물들이 까꿍! 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 길로 관리사무소로 뛰어가서 저는 형사님들께 물건을 찾았다고 말씀드리고, 또 한번 사건경위서를 작성한 후,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렸어요.
공사다망 하신 와중에 형사님들이 세분이나 오셨더라고요. 관리실 직원은 도둑 조심하라고 방송까지 했다며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창피하고 머쓱해서 마스크가 고마울 지경이었습니다.
정말 집을 잘못 찾아오셨던 설비기사님들.... 일주일 내내 의심하고 미워했던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희 옆방 총각은 어땠느냐고요? 엄마는 잘 찾아보지도 않고 의심부터 했다고 저한테 엄청나게 잔소리를 퍼부을 줄 알고 초긴장 했는데, 아들은 자기 이마를 세게 치며 한숨을 크게 쉬더니 “후우~ 찾아서 진짜 다행이다. 엄마! 앞으로는 아끼지 말고 결혼바지 꼭 끼고 다녀요~ 하더군요.
이번 사건은 정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일이었어요. 참고로 저희 지인은 아직 도둑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전국의 옆방 총각, 남학생 여러분들! 외부인이 급하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절대로 먼저 열어주지 말고 열기전에 꼭 부모님께 확인 전화부터 하세요. 꼭이요!.
(여성시대 2021년 12월호 애청자님 글입니다.)
사랑터 회원님들 소중한 물건 잘 보관하시고 보관한 장소를 잊어버리시지 마세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조심하시구요.

이 명 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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