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 2022년 3월 소식지 *
날짜 : 2022.06.24 작성자 : 전희자   |   조회 : 601
22년 3월 소식지.hwp
사랑터 회원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2022년 3월입니다. 봄바람에 산수유 노란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사유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남편의 교통사고 여파로 큰 어려움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아주머니의 글을 소개 합니다. 우리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렵지만 이 아주머니처럼 어려움을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힘내서 살아보렵니다.”
결혼하면 해도 달도 별도 따다 줄줄 알았고 공주 같은 옷도 입을 줄 알았지요. 하지만 아이 둘에 이사는 밥 먹듯이 가야했고 겨우 자리 잡은 곳에서 장사한다고 일하다 보니 어느 날 손가락이 휘어져 있더군요.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가물가물 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의사 선생님이 휠체어 타고 다니고 싶어서 그러냐고, 이렇게 골다공증이 심한데 치료해야지 어떻게 이렇게 방치하고 사느냐고 야단을 치셨어요. 약 먹고 치료하면서 열심히 남편이랑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바이 타고 배달 가던 남편이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전화를 받고 달려가 보니 길 건너편으로 떨어진 남편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앰뷸런스가 남편을 싣고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남편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중한자실에 실려 간 남편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면회가 되어서 들어가 보니 그냥 그 상태로 눈도 안 뜨고 누워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아픈 환자들이 가족들의 가슴을 순간순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일주일 후 남편은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겨우 미음 떠먹이고 뒤돌아서 나와야 했고 일주일 후 일반 병실로 내려왔습니다. 병실로 왔는데 사람이 이상했습니다. 나만 보면 머리채를 잡고 손만 닿으면 때리고 소리소리 지르고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입을 꼭 다물고 밥을 거부하고 한 달이 넘도록 씻지도 양치질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전두엽을 다치면 그렇게 난폭해지고 매사 의심한다고 하더군요. 저를 밀쳐내니 면회하러 오는 사람만 보면 남편 밥좀 먹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남편은 손톱깍이로 수염을 깍는다고 목에 피를 내고, 간병인도 무서워서 가버렸습니다. 간병인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걸어 다니기 시작하더니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면 옷 벗어 줄게 만원만 달라고 했습니다. 뒤에 숨어서 따라 다녀야 했고, 아무 병실이나 돌아다녀 다른 이가 남편을 병실로 데려오곤 했습니다. 내 친구들이 교대로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며 도와주었습니다. 병원에 있으며 45kg 나가던 제 몸무게가 40kg으로 줄었습니다. 늘 가슴이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간병하다가 사위와 아들도 서로 금이 갔습니다.

집에 가끔 와보니 가게는 엉망이고 나는 나대로 지치고 병원에 골다공증 약을 타러 가니 의사 선생님 보시기에 내가 쓰러져 죽을 것 같은지 영양제를 그냥 맞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남자 간병인을 잘 만나서 잘 보살펴주고 늘 챙겨주셔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나만 보면 때리려고 해서 병실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고 하고, 동생들과 같을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안 된다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서 가게 일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꽃피던 계절 후드득 목련이 저 혼자 지고 무덥던 여름, 남편을 병원에 맡기고 다시 나 혼자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일을 도와주시는 주방 언니가 있어서 살아가는 날에 힘이 되었습니다. 재활의 학과로 옮겨 놓고 가끔 가보면 남편은 나만 보면 머리채를 잡고 때리려 했습니다.

다시 집에 와서 장사하면서 힘들 때면 주문을 외웁니다. “그래 채금남, 씩씩하다.” 그러면 조금 힘이 나고 다시 이 세상을 살아가야할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일하기 싫어합니다. 헬스장으로 공원으로 데리고 다니다 보니 남편이 아주 건강해 졌습니다. 나는 노랗게 물 들은 들판으로밥을해서 배달을 갑니다. “아저씨 밥배달 왔어요” 30년 넘게 설거지하고 들로 산으로 배달 다니다 보니 이젠 저도 늙어 가나봅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배달을 하고 있어요. 누렇게 익은 커다란 늙은 호박을 따주시는 아저씨 ‘그래 나도 누군가 이야기 하듯이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호박처럼 구수하게 익어가는 것이야’ 혼잣말을 합니다. 평생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 열한시쯤 자는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씩씩한 편이지요. 남편은 일하기 싫어하고 자기 마누라는 철인으로 알아요. 말만하면 다 해결하는 만능 철인 마누라, 동네 사람들도 나보고 몸이 철로 만들어졌냐고 해요.

과수원에 배달 가니 과수원 주인이 사과 한바구니를 주시네요. 빨갛게 물든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높고 파란 하늘을 봅니다. 청아한 햇살에 내 마음을 띄워봅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나는 평생 시간에 쫒겨 살아가지만 시골에서 계절의 향기 맡으며 살아간다는 것으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저는 오늘도 열심히 일합니다. 끝. ‘
충남 당진 채금남님 글’ 여성시대 2021년 12월호


우리 사랑터 회원님들도 어려움을 씩씩하게 이겨 내시는 채금남 여사님처럼 코로나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회 장  이 명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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